9년 차 초등교사. 그리고 아웃박스 운영.
아웃박스를 운영하고 수업을 연구하며 마음 한편에 늘 죄책감처럼 남아있던 무언가는 전문성에 대한 불안함이었다.
내가 정말 다른 사람들에게 강의를 할 만큼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가 만든 수업에 오류는 없는가?
아웃박스 교사로서의 연차가 쌓일수록 불안함도 쌓여갔다.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이유였다.
아니 그럴 거면 빨리 대학원을 가지 뭘 망설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맞다, 사실 망설일 게 없다. 망설이는 성격도 아니다. 그냥 가면 되지.
문제는 내가 이미 석사를 졸업했다는 거 ㅎ.ㅎ
2015년에 이미 교대 대학원에 입학하여 2018년 2월에 논문까지 다 쓰고 졸업을 했다는 것이 크나 큰 문제였다.
교대 대학원을 가게 된 건 정말 별 다른 이유가 없었다.
1) 남들 다 가니까
2) 나중에 승진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3) 땡땡 업무를 하고 있으니 땡땡과 를 다니면 도움이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땡땡'에 대한 관심도는 0에 수렴했지만 그냥 들어갔고, 어찌어찌 논문까지 쓰고 졸업했다. 야간제로 다닌 대학원생 2년 반은 너무나도 괴로운 나날이었다. 일주일에 달랑 두 번 가는 대학원이 그렇게 힘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같이 다닌 동기 h와 교대 앞 치즈밥을 비벼가며 우리 왜 이렇게 사니? 하는 한탄을 오지게 했더랬다.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 초등 교사 후배님들, 대학원은 충분히 고민하고 입학해도 늦지 않습니다.
특히 저처럼 남들 가니까 아무 생각 없이 관심사와 상관 없는 과에 입학하면 나중에 크게 후회하게 될 지도...
그런데 다시 대학원을 또! 가려니, 눈앞이 캄캄했던 것이다.
아웃박스 운영과 성평등 교육 수업에 도움이 되는 과를 가려면 여성학과에 진학해야 했고,
이미 석사를 졸업했으니 박사로 가야 하는지, 다시 석사를 밟아야 하는지, 돈과 시간을 투자할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렇게 고민을 한 지 1년이 다 돼가던 2021년 8월 어느 날, 일단 저질러 보기로 했다.
목표는 여성학과 대학원 입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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