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일반 대학원에 합격했다면 연수 휴직을 신청해야 한다. 일반대학원이므로 휴직하지 않고서는 강의를 듣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교육대학원이라면 야간제나 계절제로 다닐 수 있었겠지만, 일반대학원의 과정은 오롯이 시간을 투자해야 따라잡기가 가능하다.
연수휴직은 한 학위당 3년까지 휴직이 가능하지만(석사 3년/박사 3년), 국내 대학원 연수 휴직은 "무급" 휴직이므로, 1년이나 2년 안에 수료 혹은 졸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연수 휴직 정보를 찾아보았을 때, 어떤 선생님께서는 한 학기에 12학점씩 1년에 24학점을 모두 이수했다는 글도 봤었다.
나도 잠깐 꿈꿨었다. 1년 안에 학점 이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대학교에서는 20학점도 듣는데 일 안 하고 12학점 껌이지 않을까... (이는 경기도 오~산이었다.)
그래서 일단 1년의 연수휴직을 신청하기로 했다. 교감선생님께 아주 죄송한 표정으로 교무실에 찾아가 대학원에 합격했다고 말씀드리니 한숨을 푹 내쉬고서는 축하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인사 담당자의 고뇌가 느껴지는 한숨이라 웃지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교실로 돌아오니 쿨메신저로 연수 휴직 관련 서식이 전송되었다. 연수 휴직 신청서 한 장과 증명 서류만 내면 되는 간단한 서식이었다. 12월 시기도 딱 맞게 휴직원을 제출하고 마음 편히 방학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12월 중순 어느 오후, 교육청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성학과는 초등 교육과 관련이 없으니 휴직 인정이 되지 않는다"
는 연락이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다니 머리가 하얘졌다. 이 또한 휴직을 찾아보는 여러 블로그에서 만난 적 있는 사례이긴 했다. 예를 들어 중등 수학교사가 상담심리학과를 간다고 하자 불허한 교육청도 있다고 했다. 덜덜.
휴직 결정은 지역교육청에서 관할한다. 따라서 최종 결정은 지역 교육장에게 달려있다. 교육장에게 직접 전화할 수는 없으니 휴직 관련 지역청 담당자와 장학사와의 기나긴 통화가 시작되었다. 나는 휴직을 어떻게든 성사시켜야 했다. 여성학과가 왜 초등 교육과 관련이 있는지 입증할만한 자료가 필요했다.
이때까지의 활동, 연구 계획서, 앞으로의 계획 등을 정리해서 공문으로 발송했다. 대학원에 입시 원서 쓸 때보다 더 정성을 들였던 것 같다. 공문만으로도 부족하다고 했다. 최종 결정을 위해 교육장과 담당 장학사가 회의를 진행한다고 기다리라고 했다. 3주는 더 기다렸던 것 같다. 방학이 되어서도 결정이 나지 않았고, 휴직자 제출일까지 휴직 확정이 되지 않아 학교는 결국 기간제 티오가 한 자리 더 늘어났다. 학교에게도 죄송한 마음이었다. 이러다 진짜 휴직 안되면 어쩌지, 교사 때려치워야 하나 별 생각을 다했다. 하루 걸러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다는 대답뿐이었다. 다른 지역 교육청에서도 여성학과 진학 사례가 없기에 더 오래 걸린다고 했다. 아마도 최초의 여성학과에 진학한 초등 교사가 아닌가 싶다.
이 글을 이렇게 쓰고 있다는 것은, 다행히도 휴직이 확정되었다는 의미겠다. 이로써 교사의 삶은 잠시 쉬고, 대학원생으로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교육'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는 과를 진학하려는 교사들에게 연수 휴직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1) 이 과 말고는 이 내용을 다룰 수 있는 교육대학원과 교육과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라
2) 이때까지 했던 활동과 결합하여 해당 과가 나의 교육 활동과 연관이 있음을 제시하라
3) 연구 계획서를 함께 첨부하며 해당 과에서 공부한 내용으로 교육 관련 연구를 할 것을 약속하라
4)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서도 해당 과에서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교육 활동을 지속할 것임을 드러내라
정도가 있겠다. 그러나 모든 일은 사바사, 케바케, 청바청이므로 나의 사례가 당신의 연수를 확정하는 일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 추가로 기여금이나 보험 등과 관련해서는 질문을 하셔도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냥 다 내팽개치고 일단 쉬고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학교에 돌아가서 기여금 폭탄 맞을 각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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