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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페미니즘

[트레바리]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독서모임 후기, 발제)

by xooxin 2022. 5. 22.

트레바리 GD-셋토. 2205시즌 첫번째 모임 2022. 05. 21.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이번 시즌 첫 책으로는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을 골랐다. 

표지만 보고서는 말랑말랑한 에세이인줄 알았다는 리뷰가 많았는데, 실상은 진화론을 이야기하는 대중과학서이다. 

책은 '적자생존'이 자연계의 생존 전략이라고 생각했던 기존의 통념을 뒤엎고 '다정함'이 생존 무기라는 가설을 펼친다.

인간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다정함'을 바탕으로 서로 협력하고 공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밑줄 친 문장들 

 

- 다른 사람 종이 멸정하는 와중에 호모 사피엔스를 번성하게 한 것은 초강력 인지능력이었는데, 바로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인 친화력이다. 우리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누군가와 하나의 공동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함께 일할 수 있다.(32p)

 

- 하지만 우리의 친화력에도 어두운 면은 존재한다. 우리 종에게는 우리가 아끼는 무리가 다른 무리에게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위혐이 되는 무리를 우리의 정신 신경망에서 제거할 능력도 있다. 그들을 인간이 아닌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연민하고 공감하던 곳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공감하지 못하므로 위협적인 외부인을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으며 그들에게는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관용적인 도시에 가장 무자비한 종이다.(35p)

 

- 이 공격성에 관한 비용 대비 이익 비중을 조금만 비틀어 생각해보아도 친화력이 호전성보다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101p)

 

- 친화력 좋은 보노보 암컷들은 서로 돕고 살 수 있어 수컷의 공격성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또한 공격성이 가장 낮은 수컷과 짝짓기하는 것을 선호한다. 수컷 보노보에게도 친화력은 승리의 전략이었다.(107p)

 

-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자연선택이 다정하게 행동하는 개체들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하여 우리가 유연하게 협력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켰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132p)

 

- 하지만 이런 낙관적인 전망은 서로를 끊임없이 비참과 고통으로 밀어넣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번번이 부닥친다. (178p)

- 그는 비인간화 척도야말로 다른 집단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고통을 주려는 사람들의 태도를 가장 잘 설명해준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발견했다.(210p)

 

- 우리는 내집단의 구성원들이 위협받을 때, 평소에는 타인이나 외집단에게도 무리 없이 잘 느끼던 공감능력을 차단시킨다. 이에 외부자들도 위협받는다고 느껴 상대 집단을 비인간화하고, 여기서 보복성 비인간화의 피드백 순환 고리가 만들어진다.(269p)

 

- 서로 접촉하고 교류하는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그 위협받는 느낌을, 아주 잠깐만이라도 없앨 수 있다면 다른 종류의 피드백 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보답성 인간화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269p)

 


 

▷과학자의 자세

: 진화학을 일반 대중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과학 연구에서는 '얼마나 객관적인 사실인지'만 중점을 두지 이 연구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과학자라면 이 연구가 끼칠 반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까지 연구해서 해결책을 제시한 이 책은 과학서로서 보기 드문 측면이 있으며, 저자들이 용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은 '객관적'이지 않다. 

: 적자생존의 과대 해석을 비판하며 환경에 적합한 개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는 책이어서 반가웠다. 기존의 통념을 깨고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주장이 아니라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주장은 꽤나 흥미롭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도 하나의 가설일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과학의 '객관성'은 사실 백인 남성 중심 과학자들이 추구하는 '객관성'이며,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지식은 결코 객관적일 수 없다.(우생학처럼 될 수 있는 가능성 늘 경계하기) 또 인간이 알고 있는 사실이 굉장히 협소한 일부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무리짓기 

: 호모 사피엔스는 개인 개인이 아닌, 공동체로 뭉치고 협력하며 생존한 '적자'이다. 무리를 짓는 하나의 방식은 '저 사람이 나와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유대감에서 시작된다. 소속감은 집단에 속해있다는 위안을 주는 동시에 타자화가 생성되기도 한다. 울타리를 치고 이 울타리 너머의 인간은 '비인간화'하는 방식으로 적대감이 형성되는 것이다. 

 

 

비인간화 vs 보복성 비인간화 

: 보복성 비인간화는 실제하는가? 책에서는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한 방식으로 '비인간화'에 대비되는 '보복성 비인간화' 이론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렇게 용어를 정의하는 순간 성격의 유사성으로 이해되며 같은 층위로 해석될 수 있는 오류가 있다. '비인간화'는 정상성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벗어나는 타자를 향한 차별, 혐오, 제노사이드이다. '비인간화'가 이데올로기적 사회문화적 역사적 구성물인데 비해, 보복성 비인간화는 개개인의 심리적 혐오에 기인한 현상 정도가 아닐까. 예를 들어, 백인이 흑인을 '비인간화' 하는 문제와 흑인이 백인을 '보복성 비인간화' 하는 문제는 같은 층위로 해석되는 것이 적절한가? 남성과 여성으로 생각해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정말 여성은 남성을 '보복성 비인간화'하여 혐오하는가? 오히려 여성 자신이 스스로를 '비인간화'하며 타자화하는 문제는 어떻게 고려되어야 하는가? 

만약 보복성 비인간화가 실제한다면 이는 '비인간화'가 해결되면 함께 사라지는 문제이지, '보복성 비인간화'가 먼저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 

 

 

'다정함'은 여성의 것?

: 기존에는 다정함, 협력, 돌봄, 감성등의 가치는 여성적인 것으로. 반대로 과학적, 이성적, 냉철함 등의 가치는 남성적인 것으로 여겨져왔다. 이 책은 주목받지 못하던 '다정함'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데에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여성들에게 '다정함'이란 늘 '약자로서 베풀어야 하는 친절' 혹은 '섹슈얼적인 친절'이었다. 이러한 수동적인 다정을 늘 경계하며 오히려 조직 내에서 웃지 않고 불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회사 내 생존전략으로 세우기도 했었다. 서비스직 노동, 남성들의 기분을 맞춰주는 '친절'의 의미가 아닌 '다정함'의 의미를 새롭게 써내려가야 한다. (책에서 정의하는 friendliest 와는 거리가 멀 수도 있지만.)

'공존'은 남성세계에서만 이뤄지지는 않았는가? 여성은 '협력'과 '공존'이라는 인간 세계에 포함되어 왔는가? 지배 문화, 위계를 유지하는 목적으로 남성들만의 '다정함'이 이어지지는 않았는지 비판적으로 바라보자. 

 

 

페미니즘과 진화론 

: 원초적인 것, dna에 새겨진 과 같은 서술(이 책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진화론, 생물학적 연구에서 서술되는 방식)은 사회 문제를 오히려 공고화하는 본질주의적 접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학 연구는 '현상의 일부'로 이해하자.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 수쳔년의 역사를 지나오며 '개'는 살아남았고, '늑대'는 멸종(또는 멸종위기)했다. 이 이유를 '다정함'을 통한 '자기가축화'에서 찾는다. 

개는 다정함의 전략으로 '가축화'가 되어 인간들에게 선택받았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중심적인 사고가 아닐까? 인간의 반려 동물, 혹은 가축으로 살아남은 것이 '좋다'라고 전제할 수 있는 것일까? 

최재천 교수는 현재 지구 상에 인류와 인류와 관련된 가축화된 생명체의 비율이 90%가 넘는다고 말한다. 인간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종을 선택하고, 그렇지 않는 종은 멸종시켜 버린 문제는 '다정함'으로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 또 다른 시각. 책 자체가 인간중심적이지는 않다. 인간과 가축화된 종이 번성하고, 이 번성으로 인간의 절멸할 가능성이 처해있는 상황에서, 변증법의 사고로 합을 도출하기위한 고민에서 이 책이 서술되었다고 본다. 

인간은 결국 인간만을 사랑한다. 기후위기, 종 다양성 보호를 위한 행동도 결국 인간을 위한 일이다. 하지만 인간 중심적인 사고가 다른 생물들의 멸종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들이 살기 위해 자원을 아끼고, 종 다양성을 지키며, 과학적으로 분석해 나가는 과정 속에 다른 생물들을 위하는 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 또또 다른 시각. 인간이 살아날 생물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생물이 생존 전략으로서 인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다ㅠㅠ)

 

 

▷ 해법은 무엇일까.

" 책에서는 보복성 비인간화의 해법으로 소통, 접촉을 제시하고 있다. 소통과 접촉은 결국 그 횟수나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태도로 소통하느냐의 문제이다. 

반대로 소수자에게 자신을 노출하고 소통해라라는 해법이 다소 무책임해보일 수도 있다. 누가 먼저 다가서야 하는가, 강자가 만들어둔 선을 소통, 접촉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방법으로 지워나갈 수 있을까?